따라 하는 사과와 진짜 사과|사과 의미를 알아가는 과정
아이를 키우다 보면 "미안해 해야지"라는 말을 하게 되는 순간이 생각보다 자주 있었습니다. 장난감을 빼앗거나, 친구를 밀거나, 아이들끼리 다투는 상황이 생기면 자연스럽게 사과를 알려주게 됩니다. 저희 집도 처음에는 아이가 "미안해"라고 말하면 사과를 이해한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보니까 말을 하는 것과 그 의미를 이해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였습니다. 특히 쌍둥이를 키우다 보니 서로 부딪히는 일이 많았고, 그 과정에서 사과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도 가까이에서 지켜볼 수 있었습니다.
"미안해"를 따라 말하기 시작한 순간
아이들이 두 돌 전후부터 "미안해"라는 말을 따라 하기 시작했습니다. 누군가 울거나 보호자가 "미안하다고 해야지"라고 이야기하면 바로 따라서 말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처음에는 사과를 할 줄 알게 된 것 같아 신기하기도 했고, 사회성을 배우기 시작한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상황을 이해하고 하는 사과와는 차이가 있었습니다. 왜 상대가 속상했는지, 무엇이 잘못됐는지를 이해했다기보다 특정 상황에서 해야 하는 말을 따라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저희 집도 장난감을 빼앗고 난 뒤 "미안해"라고 말한 다음 바로 다시 같은 행동을 하는 날이 많았습니다. 또 누군가 울고 있으면 이유를 몰라도 일단 "미안해"라고 이야기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특히 보호자 반응을 보며 사과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보호자가 진지한 표정을 짓거나 사과를 요구하면 바로 따라 했지만, 같은 상황이라도 보호자가 보지 않으면 그냥 지나가는 날도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왜 이렇게 차이가 날까 싶었는데, 지나고 보니 아이는 아직 사과의 의미보다 상황에 맞는 표현을 배우고 있던 시기였던 것 같습니다. 실제로 어린 아이들은 언어를 먼저 배우고 그 안에 담긴 의미는 나중에 이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안녕", "고마워", "잘 가"처럼 "미안해"도 사회적 표현 중 하나로 먼저 익혀가는 것입니다. 저희 집도 한동안은 사과를 이해했다기보다 사과라는 말을 사용할 수 있게 된 단계에 가까웠습니다. 그래서 나중에는 미안하다고 말했는지보다 어떤 상황에서 사용하는지, 그리고 그 상황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를 더 중요하게 보게 됐습니다.
사과를 했는데도 같은 행동이 반복됐던 이유
저희 집도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분명히 사과를 했는데 똑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장난감을 빼앗고 미안하다고 했는데 잠시 뒤 또 빼앗고, 서로 밀고 난 뒤 사과했는데 다시 다투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처음에는 사과를 진심으로 하지 않은 건가 싶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지나고 보니까 사과를 이해하는 것과 행동을 조절하는 것은 서로 다른 능력이었습니다. 아이는 미안하다는 말을 배웠더라도 순간적으로 하고 싶은 행동을 참는 힘은 아직 충분히 발달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습니다. 특히 두 돌 전후에는 욕구가 가장 앞서는 시기였습니다. 가지고 싶은 것이 생기면 먼저 손이 나가고, 하고 싶은 놀이가 있으면 바로 행동으로 옮기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저희 집도 같은 장난감을 두고 갈등이 생기면 사과는 했지만 다음 날 또 비슷한 상황이 반복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처음에는 왜 배웠는데도 똑같이 행동할까 싶었지만, 지나고 보니까 알고 있는 것과 실제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다른 문제였습니다. 어른도 화가 나면 알면서 실수하는 경우가 있는 것처럼 아이들도 감정이 커지면 배운 내용을 바로 적용하기 어려웠습니다. 또 감정 조절 능력도 영향을 주는 것 같았습니다. 속상하거나 화가 나면 행동이 먼저 나오고 상황을 이해하는 것은 그다음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저희 집도 다툼이 생긴 직후에는 울거나 화를 내다가 한참 뒤에야 상황을 돌아보는 모습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나중에는 사과를 했는데 왜 또 그러지라는 생각보다 아직 행동을 조절하는 힘이 함께 자라고 있다는 점을 더 중요하게 보게 됐습니다. 돌이켜보면 사과를 했는데도 같은 행동을 반복했던 건 사과를 몰라서가 아니라, 공감 능력과 자기 조절 능력이 아직 성장하는 과정에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저희 집도 결과만 보기보다 이전보다 얼마나 달라지고 있는지를 살펴보게 됐습니다.
상대 마음을 살피기 시작한 변화
시간이 지나면서 이전과는 다른 모습이 조금씩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건 다른 사람의 감정을 살피는 행동이었습니다. 저희 집도 누군가 울면 가만히 바라보거나 가까이 다가가는 경우가 늘어났습니다. 예전에는 울고 있는 사람보다 자기 행동에 더 관심이 많았다면, 이후에는 상대 표정을 확인하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특히 자신 때문에 상대가 울었을 때 반응이 달라졌습니다. 처음에는 울고 있어도 그냥 지나가는 경우가 많았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가까이 가서 바라보거나 옆에 서 있는 날이 생겼습니다. 또 좋아하는 장난감을 건네주거나 등을 토닥이는 행동도 나타났습니다. 저희 집도 한 아이가 울고 있으면 다른 아이가 평소 아끼던 장난감을 가져다주는 모습을 보인 적이 있었습니다. 인상적이었던 건 보호자가 시키지 않았는데 먼저 반응하는 순간들이었습니다. 예전에는 "미안하다고 해야지"라는 말이 필요했다면, 이후에는 스스로 다가가거나 상대를 살피는 모습이 나타났습니다. 물론 모든 상황에서 그런 것은 아니었지만 이전과는 분명히 다른 변화였습니다. 또 상대 감정을 이해하기 시작하면서 갈등 이후의 모습도 달라졌습니다. 예전에는 다툼이 끝나면 바로 다른 놀이로 넘어갔다면, 이후에는 상대를 의식하거나 반응을 살피는 시간이 늘어났습니다. 저희 집도 한동안은 울고 있는 다른 아이를 보고 같이 속상해하는 모습이 보이는 날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나중에는 진짜 사과는 "미안해"라는 말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상대 마음을 이해하려는 과정에서 시작된다는 걸 느끼게 됐습니다. 결국 공감 능력이 자라면서 사과도 함께 달라지고 있었습니다.
사과를 보며 알게 된 것
저희 집도 한동안은 아이가 미안하다고 말하는지에 더 집중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느낀 건 사과는 단순히 한마디 표현으로 끝나는 행동이 아니라는 점이었습니다. 아이들은 관계 속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며 조금씩 상대 감정을 이해하게 되고, 자신의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도 배우고 있었습니다. 또 같은 쌍둥이라도 한 아이는 상대가 울면 바로 반응하는 편이었고, 다른 아이는 그런 모습을 이해하기까지 더 많은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처음에는 같은 환경에서 자라는데 왜 이렇게 다를까 싶었지만, 지나고 보니까 공감 능력도 아이마다 발달 속도가 다를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는 억지로 사과를 시키는 것보다 상황을 설명해주는 데 더 집중하게 됐습니다. "친구가 왜 울었을까", "어떤 마음이 들었을까" 같은 이야기를 해주다 보니 아이도 조금씩 상대 입장을 생각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물론 한 번에 달라지지는 않았지만 반복되는 경험 속에서 변화가 나타났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크게 느낀 건 진짜 사과는 시킨다고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었습니다. 관계를 경험하고, 갈등을 겪고, 화해하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조금씩 배우게 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나중에는 미안하다는 말을 잘하는 것보다 상대를 이해하려고 하는 모습을 더 중요하게 보게 됐습니다. 결국 사과도 아이가 사회성과 공감 능력을 키워가는 과정 중 하나라는 걸 느끼게 됐습니다.
마무리
사과의 의미를 배우는 과정은 생각보다 긴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아이는 다양한 관계와 경험 속에서 조금씩 상대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힘을 키워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미안하다는 말 자체보다 그 마음을 알아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