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칙은 언제부터 이해할까|안 돼, 차례, 약속을 배우는 시기

아이를 키우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 같은 말을 반복하게 되는 시기가 있었습니다. "안 돼", "기다려", "차례야" 같은 말을 하루에도 여러 번 하게 되는 날이 많았습니다. 저희 집도 어릴 때는 이야기를 해도 바로 행동으로 옮기거나 금방 다른 행동에 관심이 넘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아직 어려서 이해하지 못하는 건가 싶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하지 말라는 행동 앞에서 잠시 멈추거나, 순서를 기다리려고 하거나, 이전에 했던 약속을 기억하는 순간들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우연이라고 생각했는데, 지나고 보니까 아이가 규칙이라는 개념을 조금씩 이해해가는 중이었습니다. 특히 쌍둥이를 키우다 보니 순서를 정해야 하는 상황이 많았고, 서로 부딪히고 기다리는 경험도 자연스럽게 많았습니다. 그래서 규칙을 받아들이는 변화도 더 가까이에서 지켜볼 수 있었습니다.

벤치에 앉아서 밖의 풍경을 구경하고 있는 쌍둥이의 모습

"안 돼"를 이해하기 시작한 순간

저희 집도 돌 전후까지만 해도 "안 돼"라는 말을 하면 잠깐 멈추는 정도에 가까웠습니다. 콘센트에 손을 대거나 위험한 물건을 만질 때 이야기를 해도 금방 다시 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건가 싶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점점 다른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이전에는 행동을 먼저 했다면 어느 순간부터는 행동하기 전에 보호자 반응을 살피는 경우가 늘어났습니다. 특히 하지 말라는 행동 앞에서 잠시 망설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저희 집도 소파 위에 올라가려다가 보호자를 쳐다보거나, 만지면 안 되는 물건 앞에서 잠깐 멈추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예전에는 제지당한 뒤 반응했다면 이제는 행동하기 전부터 보호자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의식하는 모습이 나타났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바로 말을 잘 듣는 건 아니었습니다. 알면서도 해보려는 날도 있었고, 일부러 반응을 확인하려는 것처럼 행동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또 같은 쌍둥이라도 차이가 있었습니다. 한 아이는 "안 돼"라는 말을 들으면 비교적 빨리 행동을 멈추는 편이었지만, 다른 아이는 몇 번 더 시도해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처음에는 성격 차이로만 생각했는데, 아이마다 규칙을 받아들이는 방식 자체가 다를 수 있다는 걸 느끼게 됐습니다. 실제로 아이들은 규칙을 이해하는 것과 행동을 조절하는 것이 동시에 발달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하지 말아야 한다는 건 알지만 호기심이 더 큰 경우도 많았습니다. 저희 집도 어느 날부터는 위험한 물건 앞에서 먼저 고개를 돌리거나 보호자를 바라보는 모습이 늘어났습니다. 이전에는 무조건 만져보려고 했다면 이제는 만져도 되는지 아닌지를 한 번쯤 확인하는 과정이 생긴 것입니다. 그래서 나중에는 행동을 멈춘다는 것이 단순히 말을 잘 듣는다는 의미가 아니라, 해도 되는 행동과 하면 안 되는 행동의 기준을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차례를 기다리는 건 생각보다 어려웠다

저희 집에서 가장 많이 부딪혔던 규칙 중 하나는 차례였습니다. 쌍둥이를 키우다 보니 같은 장난감을 사용하고 싶어 하거나 먼저 하고 싶은 상황이 정말 많았습니다. 차례차례 순서대로 하는거라는 것을 이야기 해줘도 눈앞에 있는 장난감을 지금 당장 가지고 싶은 마음이 훨씬 컸습니다. 특히 두 돌 전후에는 기다리는 것 자체를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저희 집도 한 아이가 그네를 타고 있으면 다른 아이가 바로 타고 싶어 했고, 미끄럼틀 앞에서도 자기 순서를 기다리지 못하는 날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한동안은 차례를 가르친다기보다 기다리는 경험을 반복하는 시간이 더 많았습니다. 놀이를 할 때도 순서를 정하고, 간식을 나눠줄 때도 차례를 이야기하고, 책을 볼 때도 번갈아 넘기는 경험을 만들어주려고 했습니다. 처음에는 같은 이야기를 계속 반복해서 이야기해주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완벽하게 기다리지는 못해도 자기 차례가 올 거라는 걸 이해하는 순간들이 생겼습니다. 다른 아이가 놀이를 마칠 때까지 옆에서 지켜보거나, 잠깐 기다린 뒤 자기 차례에 참여하는 경우도 늘어났습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건 기다리는 시간을 견디는 힘이 조금씩 길어졌다는 점이었습니다. 예전에는 몇 초도 기다리지 못했다면 이후에는 스스로 참고 있는 모습이 보이는 날도 있었습니다. 물론 피곤하거나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에는 다시 어려워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전과 비교하면 분명한 변화였습니다. 또 차례를 이해하면서 아이들 사이의 갈등도 조금씩 달라졌습니다. 예전에는 바로 빼앗거나 울던 상황에서도 "다음은 내 차례"라고 이야기하거나 기다리는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생겼습니다. 그래서 나중에는 차례를 기다리는 힘도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반복되는 경험 속에서 조금씩 자라나는 능력이라는 걸 느끼게 됐습니다.

약속을 기억하기 시작한 변화와 규칙을 배우는 과정

저희 집도 처음에는 약속이라는 말을 해도 그 순간만 이해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밥 먹고 놀이터 가자", "정리하고 나가자", "씻고 책 읽자"라고 이야기해도 금방 다른 행동에 관심이 옮겨가는 날이 대부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다른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두 돌 이후부터는 보호자가 했던 이야기를 나중에 다시 꺼내는 경우가 생겼습니다. 저희 집도 "점심 먹고 공원 가자"라고 이야기하면 식사 중에도 공원 이야기를 다시 하거나, 외출 준비를 하면서 먼저 신발을 가져오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비슷한 상황이 반복되면서 지금 해야 하는 일과 나중에 할 일을 연결하기 시작했다는 걸 느끼게 됐습니다. 또 약속을 통해 행동을 조절하는 모습도 조금씩 나타났습니다. 예전에는 지금 하고 싶은 마음이 가장 중요했다면 이후에는 원하는 것을 하기 위해 먼저 해야 하는 일이 있다는 걸 이해하는 경우가 늘어났습니다. 저희 집도 장난감을 계속 가지고 놀고 싶어 하다가도 "정리하면 다시 놀 수 있어"라는 이야기를 듣고 정리에 참여하는 날이 생겼습니다. 물론 항상 가능한 건 아니었지만 이전과 비교하면 분명히 다른 변화였습니다. 특히 형제나 쌍둥이를 키우다 보면 약속이 필요한 상황이 정말 많았습니다. 같은 장난감을 사용할 때도 규칙이 필요했고, 외출 준비를 하거나 식사 시간을 지킬 때도 가족 안의 약속이 필요했습니다. 저희 집도 처음에는 규칙을 알려주는 것 자체가 어렵게 느껴졌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아이들도 조금씩 생활 속 약속을 이해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변화를 보면서 가장 크게 느낀 건 규칙을 배우는 과정이 생각보다 훨씬 길다는 점이었습니다. 어른에게는 당연한 일도 아이에게는 처음 배우는 내용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같은 이야기를 수십 번 반복하게 되는 날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지나고 보니까 아이들은 설명 한 번으로 배우는 것이 아니라 경험을 통해 조금씩 익혀가고 있었습니다. 또 같은 쌍둥이라도 받아들이는 속도는 달랐습니다. 한 아이는 약속을 비교적 잘 기억하는 편이었고, 다른 아이는 행동으로 옮기기까지 시간이 더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나중에는 또래나 형제와 비교하기보다 아이가 이전보다 얼마나 성장했는지를 더 중요하게 보게 됐습니다. 무엇보다 규칙은 아이를 통제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함께 생활하기 위해 배우는 과정이라는 걸 느끼게 됐습니다. 결국 아이도 가족과 또래 관계 안에서 살아가기 위해 조금씩 기다리고, 기억하고, 행동을 조절하는 힘을 키워가고 있었습니다.

마무리

규칙을 이해하는 변화는 눈에 띄지 않게 천천히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돌아보면 아이는 매일의 경험 속에서 조금씩 기다리는 법을 배우고, 약속을 기억하고, 행동을 조절하는 힘을 키워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같은 말을 반복하는 시간이 헛된 것이 아니라 성장의 과정이라는 걸 알게 됐고, 아이가 자기 속도로 익혀갈 수 있도록 기다려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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